
지난 1일 대규모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은 러시아가 수천억대 전략폭격기(전폭기)를 우크라이나 국경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배치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11일(현지 시각) 영국 텔레그래프는 위성 사진을 인용해 러시아가 전폭기 투폴레프 Tu-160을 우크라이나 국경과 50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엥겔스-2 공군기지에서 6400km 떨어진 아나디리 공군 기지로 재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아나디리 공군기지는 알래스카에서 6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 극동, 추코트카 자치구에 있기 때문에 항공과 해상 교통으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러시아가 냉전 당시 미군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기지다.
초음속 가변익 전폭기 Tu-160은 마하 2 초음속 군용기 중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기체로, 기체 대비 엄청난 최고 속력을 자랑한다.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러시아 유일의 중폭격기이기도 하다.
Tu-160은 한 대당 약 5억 달러(약 6800억원)로 러시아가 보유한 전폭기 가운데 가장 비싼 기종으로 알려졌다. 운용 가능한 항공기도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16대뿐이라 한 대라도 파괴되면 손실이 크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지난 1일, 러시아 본토에 있는 비행장을 표적으로 이른바 '거미줄 작전'으로 부르는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이르쿠츠크주에 있는 벨라야 공군 기지, 무르만스크주의 올레냐 공군기지, 세베로모르스크 기지, 랴잔주의 디아길레프 공군기지, 이바노보주의 이바노보 공군기지 등 5곳이 공격을 받아 러시아 측은 70억 달러(약 9조 6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비행장 인근으로 가는 화물 트럭 목조함에 드론을 몰래 실어 나르는 방법을 통해 공격했다. 공군 기지에 가까워지면 원격으로 드론을 조종해 기지에 배치된 전폭기를 폭파시켰다.
해당 작전에 육로가 이용됐기 때문에, 항공과 선박을 이용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아나디리 기지에 Tu-160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