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을 추진한다. 디스플레이에서 쌓은 유리기판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18일 중국 내 입찰 정보를 공개하는 차이나비딩에 따르면 BOE는 최근 자동광학검사(AOI), 무전해 구리도금 등 반도체 유리기판용 설비를 발주했다.
AOI 장비는 온토이노베이션이라는 미국 업체를 선정했다. 디스미어 장비, 무전해 구리도금 장비, 접착촉진 장비 등은 자국 업체를 선정했다.
사업 공식 명칭은 '유리기반 패키징 기판 연구개발(R&D) 테스트 라인 프로젝트'다. 베이징 BOE 센서 테크놀러지라는 BOE 자회사가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 회사는 집적회로 칩 제조, 통신 장비 제조, 사물인터넷(IoT) 기술 서비스 등을 하는 업체로 파악됐다.
BOE는 입찰 기관에 제출한 서류에서 “유리기반 공정장비, 노광장비 등을 매입해 유리기판을 기반으로 한 패키징 공정기술 연구개발 및 산업화 테스트 라인을 구축, 유리기반 집적회로(IC) 패키징 기판의 공정기술을 검증하고 산업화해 칩 성능을 높이고 대형 패키징을 실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용이 아닌 반도체 패키지 용도임을 적시한 것이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기존 기판들보다 표면이 매끄럽고 얇아 보다 미세 회로를 구현할 수 있고, 열로 인한 휘어짐도 적어 발열이 많은 고성능·고집적도 반도체에 적합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유리라는 소재 특성 때문에 미세한 부서짐이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개발 난도가 매우 높다. 현재 반도체 유리기판을 상용화한 곳은 없다.
BOE가 기존 사업 분야인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반도체 유망한 산업인 유리기판 사업에 눈독 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유리 가공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데, BOE는 유리기판을 많이 활용하는 디스플레이 업체이기 때문에 기존 공급망을 활용하기에도 유리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BOE가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설비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