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워싱턴DC 인근 국방부(펜타곤) 주변의 피자 가게 주문량이 급증하면 전쟁이나 군사작전이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이른바 '펜타곤 피자 이론'이 또 한 번 현실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 대한 긴급 경고를 발표하기 약 1시간 전, 펜타곤 인근 피자 가게들에 주문이 폭주한 정황이 포착됐다.

16일(현지시각) SNS 플랫폼 X(옛 트위터)에서 활동 중인 '펜타곤 피자 리포트' 계정은 “현재 흥미로운 지표가 포착됐다. 펜타곤 인근 두 개의 피자 가게에서 손님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게시글은 게시된 지 1시간 만에 22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놀랍게도 정확히 1시간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모두 즉시 테헤란을 떠나라”는 경고를 발표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테헤란 3구 지역 내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예고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참석 중이었으나 예정보다 일찍 미국으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펜타곤 피자 리포트'는 이미 지난 13일에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 피자 주문량이 급증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 계정은 이란 국영 TV가 테헤란에서 큰 폭발이 발생했다고 보도하기 약 1시간 전 “국방부 인근 모든 피자 가게에서 엄청난 주문량 증가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AF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 계정은 미군 사령부의 심야 활동과 펜타곤 인근 피자 주문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추적해왔다. 사령부의 야간 작전이나 회의가 급증하면 직원들이 피자를 대량으로 주문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 15일에도 이 계정은 “목요일 밤치고는 펜타곤 인근 게이 바에 인파가 적었다”며 “이는 펜타곤이 붐비는 밤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사례에서도 관측된 바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직전과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 전에도 국방부 인근 피자 주문량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피자 리포트'를 단순한 우연이나 음모론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레스토랑 및 음식 트렌드를 다루는 온라인 매체 더 테이크아웃은 “펜타곤 내부에는 피자 가게가 없다”며 이 이론이 단순한 인터넷 유머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다만 국방부 대변인은 뉴스위크를 통해 “국방부 내부에는 피자, 초밥, 샌드위치, 도넛, 커피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이 있다”며 피자 가게 부재 주장에 반박했다. 또한 '펜타곤 피자 리포트'가 제시한 일정이 실제 사건 발생 시간과 일치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퍼지는 피자 주문량과 군사행동 간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흥미로운 분석 대상으로 남아 있으며, 미군의 움직임을 엿보는 일종의 '비공식 인디케이터'로 자리 잡고 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